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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키보드는 구매한 지 10년이 넘은 아이락스 펜타그래프 키보드입니다. 무선 레이저 마우스랑 세트로 된 콤보 제품인데, 1~2년 정도 사용하니 마우스가 심하게 버벅거리거나 키 입력이 씹히거나 하는 등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그냥 버리려다가 혹시 고칠 수는 없나 하고 검색해보니, 수신기만 새 걸로 교체하면 된다고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수리부속으로 팔고 있길래 해서 냉큼 사서 바꿔주니 문제없이 작동해서 그대로 쭉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우스가 고장의 원인이었는지, 수신기를 교체하고 얼마 안 돼서 다시 상태가 나빠지다 아예 먹통이 돼버렸습니다. 그대로 마우스는 버리고 키보드는 지금까지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진 1. i-rocks의 RF-6570

여하튼 어찌어찌 10년 넘은 키보드를 사용 중인데 세월의 힘은 어쩔 수 없는지 우유처럼 하얗던 키보드가 발효돼서 치즈처럼 노랗게 돼버렸습니다. 변한 건 색뿐만은 아닌지 기름 빠진 고기처럼 푸석푸석해지고 탄력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더러워져서 씻어주려고 키캡을 분리할 때 전에는 조금 억지로 분리해도 살짝 휘었다가 탄력 있게 원래대로 돌아갔지만, 이제는 정확하게 분해하지 않으면 그냥 부러져 버립니다. 고정하는 부분이 부러진 키들은 잘 안 쓰는 키랑 바꾸거나 했지만 이제는 슬슬 돌려 막을 키들도 없어져 가네요. 그래서 그냥 새 키보드를 장만하기로 했습니다.

 

사진 2. Micronics의 Manic Ex89

새 걸 사기로 하고 이것저것 알아보기로 한 것 까지는 좋은데, 예뻐서 혹하는 물건은 많았지만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은 없었습니다. 우선 예전부터 모니터 중심과 키보드 중심이 일치하지 않아서 상체가 비틀리는 것이 조금 불만이었는데, 그걸 해결하기 위해 나온 텐키리스 제품 중에서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기왕이면 제가 숫자 입력에 키패드를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내비게이션 키 대신에 키패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찾아보니 MANIC EX89 라는 제품이 딱 하나 나오네요. 하지만 각인이... 각인이 너무... 장난감 같아... 이건 좀 아니다 싶어 조금 더 찾아보기로 합니다. 게다가 기왕이면 방향키랑 키패드를 왼쪽에 배치하면 좋을 텐데 하고 찾아보니 해외에 판매 중인 제품이 조금 나옵니다만... 키패드가 왼쪽에 있으면 0 키는 오른쪽에 붙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보류. 결국 이것도 저것도 뭔가 조금씩 아쉬워서 차라리 그냥 직접 만들 수는 없나? 하고 찾아보니 예상외로 많은 자료가 나옵니다.

 

사진 3. Arduino Micro

생각보다 만들기가 어렵지 않은지 국내 여러 커뮤니티에서 키보드를 직접 만드신 분들을 찾을 수 있었고, 간단하게 아두이노를 사용해서 만드는 것부터 기판을 직접 설계하고 소자를 구매해서 만드는 자료도 있었습니다. 기판을 직접 만들면 스위치를 쉽게 교체하거나 LED를 달아서 각종 효과를 주는 등의 작업을 할 수 있지만 제작하기에 앞서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아두이노로 키보드를 만들어도 평범한 키보드 이상으로 많은 기능을 구현할 수 있고, 학교에서 배우는 납땜과 수학/과학 수준의 지식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아두이노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프로그래밍을 통해 입/출력을 제어할 수 있는 MCU(Micro Controller Unit)가 달린 제품(라즈베리 파이, 라떼판다 등)이라면 키보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크기와 가격, 제작 편의성 등을 생각해 Mega32u4 를 사용한 아두이노 마이크로나 그 호환보드를 활용해 키보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사진 4. The Dactyl Keyboard

커스텀 키보드를 만든다는 것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키보드를 만들기 위한 것이지만, 그 방향성은 크게 2가지 기능 중시형과 감각 중시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능 중시형은 저처럼 자신에게 맞는 키의 배열(레이아웃)이나 기능(레이어, 매크로), 입력방식(노브, 트랙볼, 휠, 아날로그 스틱, 터치패드) 등을 중심으로 키보드를 만듭니다.반면 감각 중시형은 타건감이나 타건음 등을 위해 키캡(프로파일), 스위치(윤활, 스프링 교체), 스테빌라이저, 하우징(보강판, 흡음재, 무게추) 등을 구성하고 조절합니다. 전자는 디자인(설계)에 후자는 튜닝(조율)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커스텀 키보드(기계식 키보드)를 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튜닝에 관한 이야기는 깊이 다루지 않겠습니다. 관련 지식이나 경험도 부족하니, 제작을 위해 수집한 자료를 간단하게 정리하는 수준으로만 다루고, 아두이노로 만드는 키보드라는 2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제작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참고링크

키보드 매트릭스 : http://www.kbdmania.net/xe/tipandtech/8794285

키보드 제작기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mechanicalkeyboard&no=830197

커스텀 디자인 : http://xahlee.info/kbd/diy_keyboards_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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